식중독균이 섞인 항생제 주사제가 유통돼 실제로 진료 환자들에게 사용됐다는 매우 쇼킹한 뉴스가 전해졌다. 더욱이 문제가 된 것은 이 오염약품에 대한 신고가 당국에 접수됐으면서도 당국의 늑장대처로 회수가 늦어졌다는 것이다. 말하자면 이 또한 사고수습의 골든타임을 놓친 것이다.

골든타임은 세월호 참사 이후 우리 귀에 아주 익숙한 용어로 각인돼 있다. 사고나 사건에서 인명을 구조하기 위한 초반 금쪽같은 시간을 지칭한다. 응급처치법에서 심폐소생술(CPR)은 상황 발생 후 최소 5분에서 최대 10분 내에 시행돼야 한다. 항공사의 경우 운명의 90초 룰이 있다. 비상 상황이 발생하면 90초 내에 승객들을 기내에서 탈출시켜야 한다는 것이다.

우리는 지난해 11월 서울 다나의원, 지난 2월 원주 한양정형외과에서 의료기기 재사용에 따른 C형 간염 연쇄 집단감염사태가 발생했을 때를 기억한다. 그때도 보건당국의 늑장 대처가 질타를 받았다. 그런데 이번에도 유사한 상황이 불거졌다. 문제의 발단은 삼성제약에서 만든 페니실린계 주사제 제품 일부에서 설사·구토 등 세균성 식중독을 일으키는 바실루스 세레우스균이 검출됐다는 신고가 들어와 식품의약품안전처가 해당 제품을 회수조치키로 했다고 발표하면서부터였다. 그것이 지난 19일이다.

식약처에 따르면 이번에 식중독균이 검출된 4개 주사제 제품은 삼성제약 화성공장에서 올해 1월 11일 이후 만들어진 것인데 제약사가 무균시험 과정에서 오염 사실을 발견해 신고했다. 그것이 지난 14일인데 회수 결정을 밝힌 것은 5일 뒤였다는 것이다. 어찌됐건 며칠사이라도 문제 의약품을 사용한 환자들에겐 식중독균이 섞인 항생제의 위해를 의심해 볼 수도 있는 상황이 발생한 것이다.

보건당국은 자체 안전검사 등을 통해 의약품 오염 사실을 조사한다. 매년 병원·약국 등에서 유통 중인 의약품을 수거해 검사를 하지만 형식적이라는 소리를 듣는다. 대개 안전성이 의심된다는 해외정보가 있거나 국내 부작용 사례가 나올 때 수거검사를 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유통 중 변질·오염되기 쉬운 의약품 등에는 정기 수거검사가 필요하다는 의견도 제기되고 있다.

문제가 된 항생제를 맞은 환자들에겐 경우에 따라 건강상 반응이 나타날 수도 있고 탈없이 넘어갈 수도 있을 것이다. 식약처는 ‘부작용이 의심되는 경우 한국의약품안전관리원으로 신고해 달라’고 밝혔다. 제약사 측도 ‘피해 사실이 확인되면 성실히 보상하겠다’고 하지만 이 모두가 사후약방문격이 아닌가. 언제나 사후대책보다 예방이 먼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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