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자를 줄 때는 이것을 쓰라고 주는 것이다. 그러나 경우에 따라서는 준 모자도 안쓰는 때가 있다. 모자를 쓰고 안 쓰고는 본인이 결정한다. 그럼에도 모자를 반드시 써야만 하는 것으로 강제하는 수도 있다.

야구의 경우가 그렇다. 공격에 나서는 선수는 반드시 머리 보호용 모자인 헬멧을 써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타석에 들어설 수 없다. 타석의 선수는 위험하다. 투수가 던지는 강속구에 머리를 맞을라치면 생명을 잃을 수 있다. 실제로 타자의 머리를 향해 날아가는 이 빈볼 때문에 사망사고가 발생해 타석에 설 때는 반드시 헬멧을 쓰도록 규정한 것이다. 이륜차의 경우도 그렇다. 이륜차를 탈 때는 보호용 헬멧을 써야 한다. 하지만 이를 지키지 않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중상을 입거나 생명을 잃는 수가 많다.

앞으로 사업주는 배달 등을 위해 이륜자동차를 운행하는 근로자에게 안전모를 지급해야 한다.

고용노동부가 최근 공포한 산업안전보건기준에 관한 규칙 개정안에 이같은 내용이 포함됐다. 특히 배달이륜차는 고의로 헬멧을 쓰지 않기도 하지만 헬멧을 구입하지 못해 위험을 감수하는 경우도 없지 않다. 이번 개정안은 이를 개선하는 규정으로 사업주는 이륜자동차 운행 근로자에게 승차용 안전모를 지급하고 제동장치 등이 정상적으로 작동되지 않는 경우 운행을 못하도록 해야 한다고 못박았다. 사업주의 관리가 중요하기 때문이다. 안전에 대한 사업주의 책임을 강화하는 것 중의 하나다.

내용은 단순해 보이지만 음식점 주인 등 사업주가 안전모지급 의무를 이행치 않거나 정비가 안된 오토바이로 배달을 시키는 경우엔 징역 또는 중대한 벌금형까지 가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안전엔 빈틈을 두지 말자는 취지일 터이고 이처럼 간단한 데서부터 사업주가 책임을 지도록 하자는 의도로 해석된다.

고용노동부는 이밖에도 연면적 1만5000㎡의 건설공사 또는 개조공사가 이뤄지는 건축물의 지하장소, 연면적 5000㎡ 이상의 냉동·냉장창고시설의 설비공사 또는 단열공사 현장, 액화석유가스 운반선 중 단열재가 부착된 액화석유가스 저장시설 인접장소 등 건설공사 현장에서 사업주는 용접 등 화재 위험작업시 화재감시자를 의무적으로 배치토록 했다.

운전자에게 헬멧을 지급하듯 화재감시자에게는 확성기, 휴대용 조명기구 및 방연마스크 등 대피용 방연장비를 지급해야 한다. 이와 함께 최근 다수의 사고가 발생한 밀폐공간 작업에 대해서도 안전성을 강화하기 위해 밀폐 공간의 개념을 확대했다.

고용노동부 측은 “사업주에게 다소 부담이 되는 측면이 있지만 특히 안전사고가 많이 발생하는 작업에 대한 안전조치 기준 강화를 통해 근로자의 산업재해를 예방하자는 것이라고 풀이했다. 대통령이 탄핵으로 물러난 시점에서 안전은 더욱 강조되고 강화돼야 한다. 안전의식의 재무장을 요구하는 것도 사업주가 솔선수범할 일이다.

최명우 주필  myungwu@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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