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 철원의 한 육군부대 사격장에서 사격훈련을 하다가 K-9 자주포가 폭발하면서 2명의 병사가 숨지고 5명이 다치는 사고가 발생했다. 그런데 이번엔 경남 창원 STX조선해양 선박 건조현장에서 탱크 내 폭발로 협력업체 작업자 4명이 한꺼번에 사망한 대형 안전사고가 터졌다. 사고 연발이다. 왜 이러나.

남해해양경찰청과 창원해경 등 30여명으로 꾸려진 수사본부는 사고가 난 7만4000t급 선박 내부 잔유(RO) 보관 탱크에서 국립과학수사연구원, 고용노동부 창원지청 등과 합동감식을 하고 있다는데 이 역시 사고 원인이 아리송하다.

앞서 수사본부는 사고 당일 숨진 작업자들이 스프레이를 이용한 도장작업을 하던 중 변을 당한 것으로 확인했다. 경찰은 도장작업 도중 발생한 유증기와 다른 요인이 겹쳐 폭발사고로 이어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수사본부는 탱크 안에 유증기를 내보내기 위한 통풍기가 3대 가량 있던 것을 확인했지만 이것이 적정하게 설치돼 정상적으로 작동됐는지는 조사를 해봐야 알 수 있다.

어찌했건 이 사건들 역시 근본적인 원인은 안전불감증에서 비롯된 것이라 정의될 수밖에 없다. 안전불감증은 정말 무서운 병이다. 안전불감증이란 소리가 한두번 나오기 시작하면 그 때는 정말 큰 일이 터진다. 그런데 이번 STX조선해양 대형사고는 안그래도 고용노동부의 강력한 중대재해예방 특별대책이 발표된 직후에 터진 것이라 관계자들을 한층 당혹케 하고 있다.

올해 유해·위험한 화학물질 누출에 따른 사고가 반복적으로 발생하고 있고 유사한 폭발사고가 잇따라 최고경영자들이 머리를 맞대고 대책을 숙의하는 자리도 마련했으나 효과가 나타나지 않는다는 것이 문제다.

안전수칙 준수 기업문화 조성, 안전보건조직 강화, 협력업체 안전관리 강화 및 안전문화분야 투자확대 등을 논의했지만 이렇게 사고가 멈추지 않으니 속이 탈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아무래도 최고경영자의 직접적인 안전보건활동이 한층 강화돼야 할 것 같다.

최고경영자의 안전보건활동 참여는 매우 중요한 대목이다. 요즘같이 책임질 일들이 자주 발생하고 보면 최고경영자의 참여가 기대만 못했다는 결론으로 연결될 수밖에 없지 않겠는가.

근로자의 안전수칙 준수는 근로자의 책임만으로 떠넘겨서는 안된다. 근로자가 안전수칙을 준수케 하려면 먼저 CEO가 그 중심에 있어야 하며 안전문화를 위한 투자가 확실해야 한다.

안전수칙 준수와 유해위험작업 도급시 원청 책임 강화 등은 고용노동부가 늘 반복해서 강조하는 중대재해 예방대책의 근간이다. 그러나 그 이전에 CEO가 명심할 것이 있다. 중대재해 때문에 골머리를 앓는다는 CEO들에겐 안전문화분야에 우선 투자하는 것이 상책이라고 권하고 싶다.

최명우 주필  myungwu@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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