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후화된 재난안전시설이 국민안전을 위협한다. 안전과 연결된 것이라면 즉시 개선이 마땅하다. 그럼에도 어물거리다 대참사를 부를 수 있기 때문이다.

이진복 자유한국당 의원이 행정안전부로부터 받은 자료를 확인한 결과 재난취약시설 대한 배상책임의무보험 가입대상 범위가 제한돼 있어 사고 발생시 피해자 보상 등이 미흡한 상황이라는 사실은 또 다른 방면을 들여다 볼 필요가 있다.

보상에 대한 문제뿐만 아니라 안전과도 직결되는 것이기 때문이다. 보상에 앞서 사고발생의 가능성이 높다는 사실을 인지하게 된 것이다.

지난해 1월 개정 시행된 ‘재난 및 안전관리 기본법 시행령’에서는 재난취약시설 배상책임의무보험 가입 대상을 19개 시설 약 17만개로 정해 놓고 있는데 정작 사고 위험성이 높은 공사장이나 노후 교량·터널 등은 빠져 있다는 것이다.

자료에 의하면 “2017년 기준으로 10년 이상 노후화된 교량과 터널은 각각 72.6%, 46.2%나 된다. 국도 터널도 708개 중 약 25%인 172개가 방재시설 등을 갖추고 있지 않은 상태”라고 한다.
대개의 공사장은 용접·발파작업 등 폭발성 물질 사용이 빈번해 화재·폭발·붕괴 등 대형 재난사고의 위험을 안고 있다. 그럼에도 재난예방에는 매우 취약하다.

예컨대 최근 고양시에서 일어난 저유소 화재 사건만 해도 안전시설미비가 엄청난 결과를 불렀다는 점에서 특별한 검토가 있어야 할 것이다. 한 외국인 노동자의 실수라기보다 대한송유관공사의 관리 부실이 더 책임이 크고 우리 사회에 미친 피해와 후유증도 심각하기 때문이다. 이 저유소에는 외부에서 초기 화염이 들어오는 걸 막아주는 기초적인 인화방지망이라는 것이 있다.

결과적으로 이 인화방지망은 이번에 아무 구실도 못했다. 관리를 제대로 하지 않았으니 제 구실을 하겠는가.

이번에도 범인은 결국 안전불감증이란 말인가. 유증기 회수장치라든가 자동화재감지장치들은 폼으로 설치돼 있었던 모양이다. 있기만 하면 무슨 효용이 있는가. 여러 시설에 대단히 많은 투자를 하고 있는데 정작 안전시설에 대한 투자는 10%에도 못미친다는 분석이다. 그나마 불행 중 다행이라고 이 엄청난 불속에서도 인명피해는 없었다. 그렇다고 적당히 넘어갈 수는 없다.

안전시설은 살피고 또 살펴서 항시 제 기능을 다할 수 있도록 정비해야 한다. 으레 예산을 절감한다고 액션을 취할 때면 안전과 관련된 부분을 들여다 본다. 설마 무슨 사고가 나랴 하는 유예가 결국은 대형참사를 불러 일으킨다.

설마가 얼마나 무서운 것인지 가슴에 새기고 있어야 한다. 설마가 안전을 잡기 때문이다. 설마는 안전불감증의 전등이기도 하다.

최명우 주필  myungwu@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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