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남 태안 화력발전소에서 비정규직 근로자의 사망사고를 초래한 석탄 운반설비가 두달 전 안전검사에서 합격 판정을 받은 것으로 확인돼 안전검사의 허점에 대한 문제가 제기되고 있다.

고용노동부가 국회에 제출한 자료를 보면 태안 화력발전소는 지난 10월 석탄, 석회석, 석고 등 운반설비 안전검사를 받았다. 그런데 여기서 사망사고가 발생했다. 안전검사는 민간문기관에서 수행했고 이번에 사고가 발생한 컨베이어벨트도 안전검사 대상에 포함돼 있다. 안전검사에 허점이 있다는 지적을 피해가기 어려운 상황이다.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유해·위험기계 등’을 사용하는 사업주는 고용노동부 장관이 실시하는 안전검사를 받아야 한다. 이 경우 유해·위험기계 등을 사용하는 사업주와 소유주가 다른 경우에는 소유주가 안전검사를 받아야 한다.

안전검사를 받지 않거나 불합격한 유해·위험기계 등을 사용할 수 없다. 안전검사의 신청, 검사주기 및 검사합격 표시방법에 관해 필요한 사항은 고용노동부령으로 정하고 있다. 이 경우 검사주기는 유해·위험기계 등의 종류, 사용연한 및 위험성을 고려해 정한다.

지난 5일 오전 경기 고양시 백석역 인근지역에서 발생한 온수 수송관 파열사고는 50여명의 사상자를 냈다. 이 사고는 낡은 용접부위가 파열되면서 일어났다는 게 한국지역난방공사의 잠정 결론이다. 사고가 난 열수송관은 땅에 묻은 지 27년이나 됐다고 한다.

지난 2002년까진 열수송관 설치 때 사각형 덮개를 연결 부위에 용접했는데 이런 방식의 열수송관이 전국적으로 440여곳에 이른다고 하니 또 언제 땅에서 뜨거운 물이 터져 나올지 불안하다. 한국지역난방공사에서는 파악된 모든 위치를 직접 굴착해 동일 공법으로 용접한 부위를 전량 보수하거나 교체할 계획이라고 하지만 때늦은 감이 없지 않다. 그동안 안전검사에는 손도 대보지 못했다는 얘기 아닌가.

20년 이상된 노후 배관 680여km에 대해서도 뒤늦게 긴급점검을 벌였는데 주변 땅과의 온도 차가 10도 이상 차이나는 곳이 있어 파손이나 누수가 의심되는 곳도 16곳이나 된다고 한다.

사방이 온통 위험지대다. 우리는 이런 사실을 모르고 있었다. 전국에 열수송관 3900여km가 매설돼 있는데 이 가운데 난방공사가 관리하는 것은 절반이 조금 넘는 2100km 가량이고 나머지는 37개 민간 사업자가 관리한다고 한다. 하지만 이 또한 에너지관리공단에 위탁하는 연 1회 정기검사가 전부라고 한다.

따지고 보면 안전검사라는 것이 허술하기 이루 말할 수 없다 할 것이다. 이럴 양이면 차라지 아니함만 못하다. 특히 요즘 정부의 안전관리가 곳곳에서 허점을 드러내면서 국민들의 불안감이 증폭되고 있다. 안전진단, 안전검사에 대한 제도적 혁신이 요구되는 시점이다.

현장에 맞는 완벽한 안전검사제도가 정착돼야 한다.

최명우 주필  myungwu@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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