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기상 경칩은 완연한 봄의 문턱이다. 바로 이때인 지난 4~5일 서울을 비롯 중부지역을 강타한 폭설로 정부는 지금 때아닌 비상재해지역 선포 등 폭설대란 수습에 온 난리다. 100년만에 내린 폭설을 두고 사전대비 늑장을 부렸다고 관계자들을 나무라는 자체가 무리일 수도 있다. 더욱 우리나라는 미국, 캐나다 등 눈 많은 나라가 아니기 때문에 제설 인프라 구축엔 미흡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하룻밤 눈사태로 5000억원이 넘는 재산피해를 입은 이번 경험을 통해 우리는 자연재해도 ‘설마’ 했다가는 엄청난 인재로 뒤바뀔 수 있음을 큰 교훈으로 삼아야 할 것이 다. 지난해 9월 태풍 ‘매미’에서도 그랬듯이 우리는 아직도 자연재해에 대한 국가적 재난시스템이나 단계적 매뉴얼에 따른 대비훈련이 역부족함을 이번에 또다시 경험했다. 적설량이 몇 cm 넘을 경우의 고속도로 제설대책이나 차량통행 제한지침이 없을 뿐만 아니라 도로교통관계기관의 안이한 상황판단, 시민들의 날씨 변화에 대한 무감각 등 이 모든 것이 재난에 대한 안전불감증에서 연유되고 있다. 이번 폭설에서 보듯이 이제 우리는 비, 바람 등 천재 뿐만 아니라 전기, 가스폭발,  각종 건설재해 등 인위재난에 이르기까지 관·민 차원의 총체적인 안전관리시스템 구축에 이 상이 없는지 다시한번 챙겨봐야 하겠다. 바로 작년 2월 대구지하철 참사 직후 참여정부가 출범하면서 안전관리의 체계적 대책 강구를 시책 우선과제로 내건 뒤 1년만에 소방방재청 신설안을 확정짓고 이제 개청 준비 중이다. 앞으로 또 어떤 재난재해가 일어날지 예측불허이지만 이제부터라도 신설청은 주먹구구식 대처에서 벗어나 국민들이 안심할 수 있는 국가재난방재기구로 본을 보여주길 바란 다. 기상전문가들은 지구 온난화 현상 때문에 이상 고온, 폭우 등 기상이변이 앞으로도 심심치 않다는 예견이다. 재난이 날 때마다 관계자에 대한 성토만 빗발치다 말고 확고한 대책 강구를 소홀히 했다가 반복적인 재난피해로 국민들만 고생하는 ‘한심한 나라’에서 하루 빨리 벗어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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