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5년 새해 초반부터 ‘노말헥산에 의한 다발성 신경장애’가 외국인 근로자들에게 집단 발생함으로써 산업안전보건계가 떠들썩하고 각 언론과 방송이 이를 집중 보도하면서 사회적 이슈로까지 부각됐다. 연일 각종 언론매체를 통해 이번 사태를 발생시킨 문제 사업장의 실태와 외국인 근로자의 건강상태가 전해지고 있어 안전보건에 대한 세상의 무관심을 조금이나마 해소시키려는 노력이 엿보인다 해도 과언이 아닐 듯 싶다. 하지만 여기서 제대로 짚고 넘어가야 할 문제가 있다. 바로 이번 사태의 본질이 불법 체류 외국인 근로자와 이를 고용한 사업주의 이해관계가 맞아 일이 커지도록 방치했다는 점이고 앞으로도 이런 직업병 발생 사태가 계속될 수 있다는 가능성이 크다는데 있다. 불법으로 체류하는 근로자들의 경우 어떻게든 돈을 벌어 자기 나라로 돌아가고 싶은 마음에 어떤 위험을 감수하더라도 사업장에서 시키는 일을 그대로 할 수밖에 없다. 또 직업병으로 인해 하반신을 움직일 수 없는 상태에 이르러도 사업주에게 어떠한 요구도 할 수 없는 구조적 문제를 안고 있어 산업현장의 각종 위험요인에 거의 무방비 상태라 할 수도 있다. 여기에 사업주가 싼 임금에 이들을 사용하면서 내국인들이 꺼리는 작업을 시킬 수 있다는 생각에 아무런 보호장비 없이 위험지역이나 유해인자가 있는 작업장에서 제대로 된 절차도 거치지 않고 작업을 시킬 경우 앞으로 제2, 제3의 노말헥산 사태는 이어질 수밖에 없다. 현재 정부는 노말헥산 사업장을 집중 점검해 문제점이 발생하면 즉각 조치키로 하는 한편 이번 문제 사업장 관계자들을 조사해 위법이 있을 경우 사법처리함으로써 사태를 수습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정부의 대책은 당장 문제를 해결할 수 있겠지만 위에서 언급한 문제점을 해결하기에는 부족함이 있다. 고용허가제 이후 합법적으로 들어와 일하고 있는 외국인 근로자에 대해서 산업안전보건 교육을 강화하는 등의 대책도 필요하겠지만 불법으로 산업현장에서 일하는 외국인 근로자들에 대한 방안을 만들지 않는다면 이런 문제는 계속될 수밖에 없음을 알아야 한다. 현재 법무부에서는 불법 체류 외국인 근로자를 무조건 추방하려 하고 있지만 한꺼번에 이들을 모두 돌려보낼 수 없는 것 또한 현실이다. 그렇다면 이들이 산업현장에서 위험에 노출된 상태에서 일하고 있음이 밝혀진 이상 관련부처의 강력한 산업재해예방 대책 시급히 마련돼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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