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학여행을 가는 학생들을 수송할 버스의 운전기사가 음주상태라면 어떤 상황이 빚어질까. 아무리 망각의 속도가 빠르다 해도 우리는 세월호 참사를 오랫동안 잊지 못할 것이다. 그런데 수학여행버스 운전기사들의 안전불감증에 초등학생들이 대형사고 위험에 놓일 뻔했다니 생각만 해도 간담이 서늘해지는 일이다. 사연을 알아보면 최근 경북 경주경찰서에서 수학여행단이 타는 버스의 운전기사에 대해 출발 전 음주감지를 실시했더니 2명의 운전기사가 음주상태였다고 한다. 그대로 내버려 뒀더라면 음주운전으로 수학여행 학생들을 수송했을 것이다. 경찰은 오전 8시 30분경 경주시 진현동 숙박업소 앞에서 인천의 모 초등학교 수학여행단의 전세버스 운전기사를 상대로 음주여부를 확인한 결과 2명이 음주상태로 나타나 해당 학교에 통보했다. 이에 해당 초등학교는 전세버스업체에 운전자 교체를 요구했고 대체기사 2명이 이날 오후 1시쯤 경주에 도착해 음주감지를 통과한 후 전세버스를 대신 운전했다고 한다. 때는 가을철이고 수학여행의 계절이기도 하다. 세월호 해난사고를 겪은 뒤라 비교적 안전하다 싶은 육로로 수학여행 길을 선택한 것인데 여기에도 무서운 안전불감증의 함정이 도사리고 있었다. 어떻게 어린 초등학생들을 잔뜩 태우고 가는 단체수송에 음주운전을 감행하려 했던 것일까 생각하면 참으로 한심하고 두렵기까지 하다. 이 무슨 배짱일까. 이런 식으로 안전불감증이 만연해 있다면 우리는 또 언제 대형사고와 맞닥뜨릴지 모른다. 특전사의 고강도 훈련 중 특수부대원 2명이 목숨을 잃은 사고도 안전불감증이 빚은 불상사였다. 이들 부대원들은 올해 첫 도입된 포로체험 훈련 중 질식사했다. 안전성이 검증되지 않은 상태에서 훈련을 진행한 군당국이 비난을 면하기 힘들 것으로 보인다. 훈련은 적군에게 포로로 잡힌 상황을 가정해 대비·대응능력을 키우기 위한 의도로 진행됐다. 구체적으로는 부대원의 무릎을 꿇린 상태에서 얼굴을 천으로 만든 주머니로 씌우고 양팔은 뒤로 결박한 채 1시간 가량을 참아내는 방식이다. 이 과정에서 3명이 의식을 잃고 쓰러졌고 이들 중 2명이 사망했다. 구체적인 안전대책 없이 훈련을 진행한 것은 실수라기보다 근본적인 안전불감증에서 비롯된 것이라 하는 편이 타당해 보인다. 우리 주변 도처에 위험이 깔려 있다. 조심하고 안전을 챙기면 비극을 막을 수 있는 것들을 아쉽게 놓치고 있는 것이다. 도처의 위험상황을 적극적으로 예방하는 긴급 대책이 시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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