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년만에 몰아닥친 폭설이 남긴 아픈 상처를 뒤로하고 새봄을 맞이하는 우리 모두의 마음속에는 온 가족이 금년 한해도 건강하게 지내기를 바라는 기대와 소망이 담겨 있다. 특히 어린 자녀가 있는 가정에서는 아이들이 건강히 자라면서 아무런 사고도 당하지 않기를 바라는 간절한 소망을 간직하고 있다. 그런데 이런 소망과는 달리 어린이에 대한 어른의 안전의식과 안전을 실천하는 노력은 아직도 부족한 점이 많은 것이 사실이다. 요즘 우리는 언론매체를 통해 어린이가 유치원 차에 치어 숨지는 사고, 자전거 타고 놀다가 후진하는 차에 깔려 사망하는 사고, 화물차 운전자가 어린이를 미처 발견하지 못해서 발생하는 사고 등 이루 헤아릴 수 없을 정도의 가슴 아픈 사고들을 접한다. 하물며 세발자전거 타고 놀던 아이가 엄마의 차에 치어 목숨을 잃었다는 끔찍한 기사도 접한다. 자동차와 같은 문명기기와 관련된 사고는 기계적 결함도 원인일 수도 있지만 이를 다루는 인간의 실수와 활용여건이 오히려 더 큰 원인으로 작용하는 경우가 많다. 봄이 되면서 골목길, 아파트 단지, 심지어 대로에서 자전거나 인라인 스케이트를 타는 어린이들이 늘고 있다. 어린이 놀이구역이 특별히 마련되거나 지정되지 않은 우리나라는 대문 밖이 모두 놀이터나 다름없다. 학교 주변에 어린이 보호구역이라는 푯말이 붙어 있는 곳이 간혹 있기는 하지만 이는 거의 어른들에 의해 무시되는 것이 현실이다. 주택가의 거의 모든 도로는 자동차들이 점령하고 있거나 행정당국이 주차료 수입을 올리기 위해 주차지역으로 지정해 놓았기 때문에 어린이들을 위한 공간은 계속 좁아지고 있다. 행정당국은 국민의 혈세를 써가면서 공공건물이나 개인 주택의 담장을 허물고 있다. 이런 행정이 주거환경을 개선하는 긍정적 효과도 있기는 하지만 유감스럽게도 주차 공간 확보 사업으로 변질되면서 결국 어린이가 뛰어 놀 수 있는 공간을 빼앗기고 자동차에 의한 인명사고를 높이는 결과를 낳고 있다는 사실도 부인할 수 없는 현실이다. 5월에 접어들면 어린이날이 다시 찾아온다. 금년에도 어김없이 어린이날을 기념하는 요란하고 그럴싸한 구호들이 난무할 것이다. 어른들은 지금까지 매년 그랬듯이 듣기는 좋은 그럴싸한 구호를 남발하는 구태를 버리고 사고로부터 생명을 보호할 수 있는 유익한 제도와 안전을 담보할 수 있는 방법 하나라도 더 찾고 이를 실천하는 성의를 보여야 할 것이다. 이것이 바로 어린이의 무사안전을 바라는 어른들이 해야 할 역할이다. 유럽에서는 유치원 어린이들이 제일 먼저 받는 교육이 바로 교통안전교육이다. 장난감 자동차와 자전거가 훗날 유익한 교통수단이 되기도 하지만 이를 잘못 사용하면 인명을 해치는 도구가 될 수도 있다는 생각을 갖도록 교육시키는 일에 행정 당국과 어른들이 앞장선다고 한다. 우리도 유럽의 유치원에서 실시하는 교육방식과 내용을 예로 삼아 교통안전과 교통질서를 지킬 것을 가르치고 도로에서 자전거가 자동차를 마주 보면서 역주행하는 행위는 자살행위나 다름없다는 사실을 일깨워 주고 안전운행에 필요한 장구를 반드시 갖추도록 도와 주고 남을 배려할 줄 아는 교통습관을 익히도록 지도하는 일에 관심을 갖고 신경을 써야 할 것이다. 이것이 바로 자식을 키우고 어린이의 안전을 생각하는 어른들의 도리이다. 자전거를 탄 어린이는 자동차 운전자, 특히 화물자동차 운전자의 시야에 들어오지 않는 경우가 많다. 어린이의 자전거 안전사고는 대부분 이 때문에 발생한다. 독일에서는 이런 사고를 방지하기 위해 이미 수십년 전부터 어린이 자전거는 반드시 안테나 같은 장치를 하고 그 끝에 노란색의 큼지막한 리본을 달도록 의무화했다. 자동차 운전자가 쉽게 발견할 수 있도록 하기위한 안전표시 리본을 달지 않은 어린이 자전거는 만들지도, 판매하지도 못하게 함은 물론 사용하지도 못하도록 엄격히 규제하고 있다. 담벼락을 허물고 길을 넓히고 놀이기구와 놀이시설을 아무리 잘 만들어도 어린이들이 이런 시설과 기기를 안전하게 이용할 수 있도록 지도하고 필요한 제도적 장치와 실천이 뒤따르지 않는다면 그런 행정이 무슨 가치가 있겠는가? 자전거를 타거나 놀이기구를 갖고 집 밖에서 놀 기회가 많아진 요즘은 부모가 귀여운 자녀의 안전을 위해 자전거에 노란 안전 리본 하나라도 손수 달아주는 안전실천이 절실히 요구되는 계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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