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康淳重 한국산업안전공단 부산지역본부장 2004년 4월 22일 13시경 북한의 용천역 폭발사고로 최근까지 161명이 사망하고 1300여명의 부상자가 발생했으며 주택 1850여동이 전파되고 6250여동이 반파돼 피해액이 5000억을 넘는 것으로 발표됐다. 이와 같은 대형참사를 접하면서 1977년 11월에 발생했던 이리역 폭발사고를 연상하지 않을 수 없다. 이리역 폭발사고 역시 다이너마이트 3t과 뇌관 280kg이 한꺼번에 폭발해 59명이 사망하고 140여명이 다치는 대형참사였다. 그 당시 이리시내 주택 1만3000여채중 약 1만채정도가 파괴된 것으로 보도된 바 있다. 이번의 용천역 폭발사고의 원인은 무엇인가. 두가지로 나눠 생각할 수 있을 것이다. 우선 열차와 열차의 충돌이라는 점이다. 충돌이란 사실 철도운행통제시스템의 문제일 것이다. 근본적으로 열차간의 충돌사고가 일어날 수 없도록 완전 자동시스템이 구축돼 있어야 한다는 것은 상식에 속한다. 아마도 특별한 원인이 있지 않을까 상상할 수 있다. 두번째는 질산암모늄과 액화석유가스 등 위험물질에 의한 폭발사고라는 점이다. 질산암모늄은 폭약의 원료, 살충제, 의약품, 그리고 질산비료(일명초안)로 사용되는 고체화학물질이다. 질산암모늄은 가연성 물질과 접촉하더라도 화재는 무시할 정도로 심각하게 발생하지 않지만 충격이나 마찰에 의해 어마어마한 폭발을 일으키는 특성을 가지고 있다. 질산암모늄이 폭발하게 되면 유독가스인 암모니아와 산화질소가 발생하게 되며 이와 같은 가스를 흡입하게 되면 피부와 기관지, 폐 등에 치명적인 후유증이 나타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여수지역에 위치한 휴켐츠(HU-CHEMS)라는 회사에서 연간 약 3만여t의 질산암모늄을 생산해 주로 살충제로 쓰이고 있다. 다음은 이번의 참사가 우리에게 주는 교훈이 무엇인가. 우선 열차와 열차간의 충돌을 예방하기 위한 시스템은 완벽하게 갖춰져 있는 것으로 생각된다. 그러나 혹시 미흡점이 있을 수 있으므로 전문기관에서 정기적으로 점검하고 보완해야 할 것으로 판단된다. 그러나 다른 한편으로 우리나라의 위험물 운송체계와 제도적 장치에 관해 문제점이 없는지를 짚어보는 계기가 되었으면 한다. 위험물의 운송은 선박과 항공, 철도와 차량, 그리고 배관망을 이용하는 방법으로 이뤄지고 있다. 위험물의 질산암모늄같이 고체상일 경우에는 주로 철도 또는 차량으로 운송되는 것이 일반적이다. 위험물 차량운송과 관련한 미국의 제도를 보면 위험물 운반차량의 운전자는 정기적으로 위험물 안전에 관한 교육을 이수해야 하고 차량에 적재된 위험물질에 대한 물질안전자료(MSDS)를 항상 휴대하도록 돼 있다. 더욱이 차량 운반 도중 위험물이 누출되거나 화재가 발생할 경우 어떻게 대처해야 한다는 구체적인 절차까지 운전자가 숙지하도록 돼 있다. 액체나 가스 등의 위험물은 배관망을 이용해 운송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 할 수 있다. 유럽의 경우 위험물 운송 배관이 국가경계선을 가로질러 설치돼 있다. 그렇기 때문에 위험물 운송배관설치시 위험성 평가를 하도록 의무화하는 제도적 장치가 유럽연합의 규정으로 마련돼 있다. 이번에 비극적인 용천참사를 들으면서 위험물 운송과 관련한 외국의 제도와 사례를 면밀히 조사하고 우리나라 실정에 맞는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는 계기가 되었으면 한다. 우리나라에서 위험물 운송과 관련한 종합적인 제도적 장치가 없기 때문이다. ▶ 李永淳 서울산업대학교 안전공학과 교수 지난달 22일 북한 용천역에서 질안(질산암모늄)비료 탱크차와 유조열차가 충돌해 발생한 것으로 추정되는 대형 폭발참사가 발생했다. 이 폭발로 초등학생 70여명을 포함한 160여명이 사망하고 1300여명이 부상했으며 8100여가구의 살림집이 파괴(완파는 1850여가구)됐다. 폭발사고 지점에는 15m 깊이의 웅덩이가 생겼다고 한다. 이는 TNT 100t급의 폭발력이고 질안 폭약 약 200t 급으로, 1977년 이리역 다이너마이트 폭발사고 보다는 약간 더 큰 규모로 여겨진다. 질산암모늄은 비료로 쓰이는 것으로 그 자체만으로는 폭약이 아니다. 이것이 경유 등 가연성 물질과 적절한 비율로 섞인 것은 뇌관 등에 의하여 기폭되고 일단 폭발하면 그 위력이 강해 폭약으로 사용된다. 질산암모늄은 일상적인 조건에서는 잘 폭발되지 않기 때문에 이를 기폭되게 하기 위해서는 아주 큰 에너지가 필요하다. 화학물질 중에는 이와 같이 안전한 것 같으면서도 다른 이물질과 섞이면 폭발하기 쉬운 물질로 변하는 것도 있고 큰 에너지와 접하면 분해해 폭발하는 것, 저온에서는 안전하나 어느 온도 이상이 되면 스스로 분해가 가속돼 폭발하는 물질도 있다. 과산화유기화합물이 그 예이다. 따라서 유기과산화물 저장설비에는 냉동설비가 필요하다. 이러한 설비에 전력공급이 중단된다고 생각해 보자. 아마도 용천참사 이상의 폭발이 일어날 수도 있을 것이다. 또 니트로글리세린 같은 물질은 공기 중에 두면 점화원이 없어도 자연발화해 폭발하게 된다. 따라서 이 물질은 이소프로필알코올(IPA)에 적셔서 보관한다. 아지화납이라는 기폭제는 깃털로 이 물질을 쓰기만 해도 점화돼 폭발한다. 산업이 발달하고 우리의 생활이 편리해질수록 이와 같은 위험물질을 많이 취급하게 된다. 이에 따라 이를 취급·저장하는 시설도 증가하게 된다. 실제로 우리 주변에는 여러 가지 위험설비가 아주 많다. 탱크로리 같은 위험물 운송차량만도 1만4000여대가 운행되고 있고 유기과산화물 저장소, 가스 저장탱크(LPG, LNG)나 유류저장탱크, 송유관, 가스배관 등도 아주 많이 설치돼 있다. 때로는 대형사고를 경험하기도 했지만 우리는 위험한 시설을 많이 보유하고 있으나 대체적으로 안전을 유지하고 있다. 그러나 우리도 용천에서와 같은 실수가 없으란 법은 없다. 탱크차 안의 질산암모늄이 유조차의 유류와 적절히 배합되고 그것이 큰 에너지와 접할 가능성은 아주 적다. 그러나 그러한 일이 용천역에서 벌어진 것이다. 이런 일이 이 땅에서 또 다시 일어나서는 안된다. 우리는 값비싼 대가를 치르고 얻어지는 대형사고의 교훈을 쉽게 잊는다. 큰 희생을 지불하고 얻어진 교훈은 활용돼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우리가 보유한 모든 위험한 물질 관련 설비의 위험을 다시 한번 철저히 평가해 이를 제거하거나 통제해야 한다. 위험성 평가를 실시할 때는 적절한 평가기법을 사용해 가능한 모든 위험상황을 모두 상정해 실시해야 한다. 우리 주변에서 용천폭발사고와 같은 큰 참사라도 발생하면 그곳보다 피해의 규모가 훨씬 더 커질 수도 있다. 우리는 그쪽보다 위험시설 근처에 인구 및 각종 시설들이 더욱 밀집돼 있기 때문이다. 우리는 폭발 위험성물질 외에 독성물질도 아주 많이 취급·사용하고 있다. 다시 한번 우리 주변의 위험물 및 그 시설의 안전성을 확인해 안전한 사회 평안한 나라를 만들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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