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 뉴스를 보면 이제 시황이 바닥을 쳤다며 보도한다. 바닥을 쳤으니 주가가 올라 갈일만 남았다는 말이다. 요즘 건축 바닥재는 반들반들해져 바닥을 치기는커녕 디디기만 하여도 미끄러지기 십상이다. 어제는 평생을 미장공으로 일한 친구 장인이 오른쪽 다리가 금이 가 정형외과에 입원했다는 전갈이 왔다. 오피스텔의 벽체 미장작업을 하다가 안전화를 신고도 바닥이 매끄러워 삐걱해 다쳤다고 한다. 건축 마감재중에 우리 몸과 가장 많은 접촉이 이루어지는 자재가 바닥재인데 바닥재가 점점 유리판으로 변하고 있다. 우리 민족은 거실에 소파를 두고도 바닥에 앉아있기를 좋아하는 좌식문화의 달인들이다. 온돌을 발명해 겨울이면 엉덩이를 노곤하게 하며 여름이면 대청마루 위에서 더위를 피한다. 집을 나서면 온통 흙이고 자갈이어 미끄러짐에 대한 두려움은 없이 살았다. 그러나 이제 대한민국 역사상 바닥이 가장 미끄러운 시대가 왔다. 치과병원을 가보면 바닥재에 미끄러져 이빨을 다쳐서 오는 어린이들을 곧잘 보게 된다. 골다공증 환자나 노인은 넘어지면 안 되는데 도처에 흉기 같은 바닥재가 버티고 있다. 바닥은 최소한의 마찰로 보행재로서의 기능을 수행해야 하는데 화려한 내장을 우선하다 보니 바닥재가 점점 더 미끌미끌, 반들반들해지고 있다. 쇼핑매장에 아이를 데리고 가면 걸어가려고 하지 않고 아빠 손에 끌려서 미끄럼을 타려고 한다. 쭉 펼쳐진 매끄러운 바닥, 이제는 어디서나 만나는 일상이 됐다.   구미제국은 카펫을 실내용 바닥재로 쓰니 매끄러운 바닥의 신발도 미끄러질 염려는 없지만 우리의 신발은 매끄러운 바닥재에 무방비로 반들반들한 바닥을 댄 경우가 많다. 외국에서도 화장실같이 물청소를 해야 하는 곳에서는 할 수없이 매끄러운 타일을 쓴다. 그러나 청소로 물기가 남아있으면 항상 미끄럼 주의라는 경고판을 세워두고 있다. 하지만 국내의 바닥재는 건축 구조물의 안전과는 관련이 없고 사하중으로만 취급받는다. 안전에 대한 관련 규정도 없다. 바닥은 사람의 이동을 매개하는 중요한 역할을 수행하고 있지만 기능보다 시각적 효과를 우선시하고 있는 실정이다. 화려해도 기능이 있고 미를 갖추어야 하지 않겠는가? 바닥이 얼음판이나 유리판이 되게 해서는 안 된다. 어떠한 법적 규제도 없는 바닥재, 이대로 가다가는 사람 골병들게 하는 흉기가 될 것이다. 이런 바닥판에 비라도 내리면 빗물이 바닥을 더욱 유리판으로 만들어 여러 사람의 뼈를 울릴 것이다. 안전하게 걷을 수도 없는 세상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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