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부는 지난해 말 산업안전보건법 시행규칙 개정안을 입법예고 하고 2006년 1월부터 사업주의 채용시 건강진단 실시 의무를 폐지한다고 한다. 입법예고 안에서 밝힌 주된 이유는 “채용 신체검사로 잘 못 운영되고 있으므로 불합리한 차별 사례가 없도록 하는 데 있다”는 것이다. 이것만으로는 설명이 부족한 것 같다. 채용시 건강진단 제도는 1953년 근로기준법이 제정되면서부터 시행됐으며 이후 1981년 산업안전보건법 제정시 그대로 계승돼 오늘에 이르기까지 50여년간 운영되어 왔다. 예나 지금이나 우리나라나 외국이나 다 마찬가지로 채용시 건강진단의 목적은 근로자를 신규로 채용한 경우 해당 부서에 배치하기 전에 기초적인 건강상태를 평가해 업무적 적성이나 신체조건에 부합하는 작업배치와 더불어 재직기간동안의 건강관리를 잘 해 나가도록 하는데 있다. 그러나 실제 운영면에서 보면 우리나라의 경우 대부분의 기업이 임·직원(근로자)을 채용함에 있어 근로자의 지위가 확보(채용)되기 전에 채용신체검사 또는 채용시 건강진단을 받도록 하고 해당기업에서 정한 임의적인 기준에 따라 건강 이상자로 분류되는 자는 불합격 조치를 하는 동시에 건강에 이상이 없어 채용이 확정된 자는 산업안전보건법에 의한 채용시 건강진단을 실시한 것으로 갈음(사업주가 건강진단비용을 부담한 경우에 한함)하고 있다. 이러한 채용시 건강진단의 실시 관행에서 문제가 되는 것은 일상적인 근무에 지장이 없는 사람도 기업의 임의적인 기준에 따라 건강이상자로 분류돼 불합격되거나 취업이 제한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예를 들면 법정전염병도 아닌 ‘B’형 간염보균자의 경우 식당이나 취사업무 이외의 일반 업무나 작업에는 정상인과 같이 취업해도 아무런 문제가 없다는 것이 보건당국의 해석이지만 실제로는 상당히 많은 수의 근로자가 이로 인해 불이익을 받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이밖에도 고혈압이나 당뇨 등의 초기소견자도 같은 문제에 봉착하고 있다. 이러한 맥락에서 본다면 근로자의 건강보호와 유지 증진을 목적으로 하는 산업안전보건법에서 근로자의 건강 보호면에서 불리하게 운용되고 있는 채용시 건강진단 제도를 폐지하는 것은 타당한 것으로 보인다. 더욱이 유해 위험업무에 종사하는 근로자에 대해서는 배치전 건강진단을 실시하고 있고 국민건강보험법에 의한 건강진단 대상도 확대되어 굳이 채용시 건강진단을 받지 않더라도 신규채용 직원의 건강관리에 큰 허점이 생기지는 않을 수도 있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꼭 폐지해야 하는가 하는 안타까움도 있다. 돌이켜 보면 채용시 건강진단의 순기능적 역할도 크다. 과거에는 채용시 건강진단에서 폐결핵이나 고혈압, 당뇨 같은 성인병의 초기 소견이 있음을 처음 알게 되는 경우가 허다했다. 최근에는 근골격계질환이나 뇌심혈관계질환 같은 작업관련성 질환에 이환 되거나 악화될 우려가 있는 근로자의 적성배치에도 활용되고 때로는 산재보상 측면에서 업무상 질병 여부를 가리는데 채용시 건강진단 자료가 결정적인 역할을 하는 경우도 있다. 이 외에도 지난 50여년간 시행돼온 채용시 건강진단제도의 장점도 많이 있으며 일본의 경우 아직도 노동안전위생법에 의한 채용시 건강진단 제도가 운영되고 있다. 또한 산업안전보건법에 의한 채용시 건강진단 제도가 폐지된다고 해도 기업에서는 필요에 따라 자체 규정에 의해 채용조건의 일환으로 채용신체검사를 실시하고 건강 이상자에 대해서는 종전과 같이 당사자에게 불이익이 되는 초치를 하게 되는 문제도 그대로 남게 되기 때문이다.   어떻든 간에 이번 정부의 채용시 건강진단제도 폐지 결정은 산업의학계 등 유관기관의 의견을 토대로 오랜 기간동안 검토한 결과이다. 따라서 우리 산업보건 서비스 기관과 이에 종사하는 전문인은 동 제도 폐지 이후의 대안 마련과 후속 대책추진에 적극 동참해 예상되는 문제를 해소하는데 일익을 담당하는 것이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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