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7일 대통령은 재정전략회의에서 “축사를 짓는데 소방법에 따라 비상구 표지판 설치가 의무화돼 있다. 소가 비상구 표지판을 보고 나갈 것도 아니지 않느냐. 이런 법은 바꿔야 한다”는 말씀을 남겼다.   현행 ‘소방시설 설치유지 및 안전관리법’은 동·식물 관련시설에 소화기와 비상구 표지판 설치를 의무화하고 있다.   가축을 위한 것이 아니라 시설물에서 사고 발생시 인명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한 것이다. 게다가 소방방재청은 2004년 1000㎡ 미만의 소규모 축사에 대해서는 표지판 설치를 면제토록 규제를 완화했다.   과거 축사의 경우 건초를 먹이로 사용하고 담배와 난로의 사용이 빈번해 화재의 테두리안에 있었다.   하지만 현재에는 축사용 보온덮개 개폐기와 사료를 먹이기 때문에 과거의 위험 범주와는 다르게 됐다. 안전관련 법규들은 생명과 직결되기 때문에 쉽게 접근해서는 안되지만 우리나라 안전법규들은 변화하는 시대에 맞지 않는 면이 있으며 선진국의 안전관련 법규와 비교했을 때 미흡한 점들이 많은 것이 사실이다.   이번 대통령의 언급은 다시 한번 우리나라 법규들이 갖는 문제점에 대해 고찰할 기회를 제공해 주었다.   현재 우리나라 안전관련 법규들이 가지는 문제점과 나가야 할 방안에 대해서 몇 가지 제언을 하고자 한다.   첫째 현존하는 안전관련 법규들의 대부분이 변화하는 시대에 적응하지 못하는 것들이다.   소방과 안전관련 법규들이 갖는 가장 심각한 문제는 80여개가 넘는 관련 법규들이 중복·산재하고 있어 규제를 적용받는 당사자들에게 혼란을 야기한다는 점이다. 이처럼 중복되고 비효율성의 문제를 안고 있는 국내의 비표준화된 안전관련 제도와 시스템을 국제적 표준에 맞춰 통합하고 코드화하는 것이 필요하다.   또한 현대는 인간과 서비스가 중심이 되는 시대다. 하지만 아직까지는 안전관련 법규들은 인간공학적인 면을 반영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그리고 우리나라 안전관련 법규들이 시대의 변화에 적응하지 못하는 원인은 현재 우리나라에 적용되는 법규들이 과거 선진 외국의 법규를 아무런 여과없이 그대로 사용하는데 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많은 전문가들과 현장의 목소리를 반영한 인간중심적이고 우리나라 실정에 맞는 법규 제정이 이뤄져야 할 것이다.   둘째 안전관련 기관의 경영진을 뽑는 인사의 신중함을 당부하고 싶다.   정권의 교체와 더불어 정부관련 기관에 찾아오는 것이 경영진들의 교체이다. 다른 기관들도 마찬가지지만 안전관련 기관의 경우 전문성과 경험이 크게 요구된다. 또한 정권 교체시기와 맞물려 삼풍백화점 붕괴사고(1995년), 인천호프집 화재사건(1999년), 대구 지하철 참사(2003년), 태안반도 기름유출 사고(2007년), 숭례문 화재(2008년) 등 크고 작은 사고들이 빈번하게 발생했다.   이러한 통계와 현재 빈번하게 발생하는 사고들을 고려했을때 학연·지연 위주의 인사, 낙하산 인사, 행정위주의 인사, 공무원 출신의 철밥통 인사나 민간기업에서 밀려난 경영능력이 의심되는 사람은 이번 인사배정에서 철저히 배제돼야 한다. 이는 안전에 대해 잘 알고 우리나라 안전의 실태를 정확히 파악하는 경영진만이 올바른 법규 마련과 안전정책의 추진 및 관리를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셋째 적절한 법규의 제정도 중요하지만법규의 관리도 중요하다. 안전선진국의 경우 통합적인 법규를 만들어 해당 산업체와 민간단체에 정기적인 홍보활동과 교육을 시키고 있다.   하지만 우리나라의 경우 안전 관련 법규들이 만들어지지만 적절한 홍보와 교육이 이뤄지지 않아 법규가 아닌 하나의 종이 조각으로 남아있는 경우가 허다하다.   모든 학문들이 제대로 현장에 적용되기 위해서는 적절한 이론적인 확립과 더불어 전문가를 통한 교육이 필요한 것이다.   법규도 마찬가지다. 앞으로 정부에서는 안전관련 법규들에 대해 민간과 관련시설 종사자들의 계몽활동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   우리나라는 과거 경제성장 위주의 정책을 추구해 왔다. 경제성장 정책은 국민들에게 부유한 삶을 제공했지만 동시에 안전불감증이라는 병도 가져다 주었다.   산업단지뿐만 아니라 우리 생활 주변에서 크고 작은 많은 사고들이 발생해 수많은 인명을 앗아가고 재산피해를 야기했다.   이후 정부에서는 강력한 법규를 통해 사고율을 낮췄고 여러 안전관련 기관을 만들고 적절한 운영을 통해 국민생활의 안전관리를 하도록 했다. 하지만 최근 들어 터진 태안반도 기름유출사고, 이천냉동창고 화재, 숭례문 화재와 정부종합청사 화재 등을 통해 국민들에게 또다시 안전에 대한 우려를 가져다 주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언급된 대통령의 축사비상구 발언은 안전관련 법규들이 가지는 문제점을 다시 한번 고찰하게 하는 계기가 됐다.   새 정부에서는 현재 상황을 정확히 파악해 안전과 방재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안전코드의 표준화와 통합화를 추진, 안전관련 인사의 신중, 그리고 적절한 안전관리를 통해 안전선진국으로 도약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해 줄 것을 당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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