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유독 재해에 약한 특성을 보이고 있다. 삼국사기를 보면 당시 수해를 일으킨 대수, 대우, 폭우 등만 40여회를 기술하고 있다. 이 삼국시대에는 수해 뿐만 아니라 한해도 엄청나 가뭄과 굶주림에 대한 그 비참하고 심각한 상황들을 기록으로 살펴볼 수 있다. 특히 가뭄은 그에 뒤따르는 굶주림의 정도에 따라 그 심각성을 분류하고 있는데 그중 가장 가벼운 가뭄은 한(旱)으로만 기술하는 반면 큰 가뭄은 대한(大旱)으로 구분해 그 상황을 묘사했다. 대한이 있으면 기(飢)와 기(饑)로 표시되는 큰 굶주림이 따르게 마련이며 수많은 인명 피해를 가져왔다.   한편 고려시대는 삼국시대의 기록에 비해 훨씬 많은 재해기록을 보존해 후세에 전했다.   고려시대에도 물난리가 극심했었다. 고려사를 살펴보면 대우가 85회, 대수가 19회로 도합 104회나 된다. 그러므로 고려조 474년 동안 매 5년에 한번씩 대홍수를 겪었던 것이다. 기록을 보면 고종 12년(1225년) 여름비는 이틀 만에 평지의 수심이 7~8척(약 2m)이나 됐다고 한다. 인명피해가 심했던 것은 명종 16년(1186년)으로 민가 100여호가 떠내려갔고 사람이 1000명이나 죽었다는 기록이 있다. 고려시대에는 수해 못지 않게 한발도 격심했다. 증보문헌비고(增補文獻備考)에 따르면 메뚜기의 극성으로 곡식에 많은 피해를 준 황(蝗)이 21회나 발생했다. 또한 한(旱) 14회, 대한(大旱) 23회, 불우(不雨) 2회가 발생했고 굶주림인 기(饑)가 18회, 대기(大饑)가 12회에 달하고 있다. 그 중 가장 심했던 기근은 공민왕 9년 4월 경상도와 전라도에 있었던 기근으로 이때 굶어죽은 사람이 전인구의 반이나 됐으며 죽어서 길에 버려진 수는 이루 헤아릴 수 없었다고 기록돼 있다.   조선시대에는 역대 왕 중 순조 때 피해가 가장 심했다. 홍수를 빈번히 겪었던 순조 때는 거의 매년 홍수를 만나는 연속 홍수 기간도 있었다.   순조 17년(1817) 6월의 기록을 보면 장맛비가 여러 달 동안 내렸는데 남쪽 삼도가 특히 심해 물에 떠내려간 민가를 헤아리기 조차 어려웠다. 물론 이런 인력불감의 자연재해에는 당연히 구제책도 마련돼야 했다. 조선성종 16년(1485년)에 한해가 극심하자 왕은 미결로 남겨놓은 소송에 대한 조속한 해결을 지시하고 중앙과 지방에 금주령을 내렸다. 곡물의 씨앗이 부족한 경우에는 다른 지방에서 변통해 쓰도록 했다. 또한 8도에 진휼사를 파견하고 각 도의 관찰사에게 창고 곡식의 수량을 조사해 보고하게 했다. 각 도의 병마절도사와 수군절도사에게 명해 주둔하고 있는 군사를 풀어 도토리를 줍게 하고 미역과 같은 것을 비축해 구제에 힘쓰게 했다.   신라 소지왕 14년(492년) 봄에 한재가 들었다. 왕은 스스로 정사를 반성하고 아울러 먹는 음식을 평소보다 줄였다. 진평왕 11년(589년) 7월에는 국서지방에 큰 홍수가 져 민가 3만360호가 표몰되고 200여명이 죽어 왕은 특사를 파견해 수재민을 구했다. 성덕왕 6년(707년) 정월에 백성들이 많이 굶어 죽자 사람들에게 하루에 조곡 3말씩을 7월까지 지급했다. 2월에 죄수를 대사면하고 백성들에게 제5곡 종자를 줬다. 재난과 구호는 지금도 여전히 반복되고 있다. 자연의 영향을 많이 받던 고대로부터 고도로 문명화된 오늘날에 이르기까지 재난은 늘 인류와 함께 했으며 이런 의미에서 인류의 역사는 재난 극복의 역사라고도 할 수 있다. 우리의 재난관리는 시대적인 재난 환경의 변화 및 재난 유형의 다양화와 더불어 그 방식도 변천돼 왔으며 지금은 국가재난관리전담기구를 중심으로 자연 재난, 인적 재난, 사회적 재난에 대한 과학적 재난관리체계를 구축하고 있다. 다양한 유형의 재난에 대해 우리 헌법도 제34조 제6항에서 “국가는 재해를 예방하고 그 위험으로부터 국민을 보호하기 위해 노력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우리가 재난을 피할 수 없다면 이에 맞서 싸워야 한다. 그러나 그 최선은 과학의 힘을 빌어쓰는 예방이다. 고대가 아닌 2000년대에 불어 닥친 태풍 루사와 매미도 역시 괴력을 지니기는 옛적과 별다름이 없었다. 하지만 우리는 그 피해를 최소화 하는데 전력을 다했다. 이제 우리는 재난의 계절을 눈앞에 두고 있다. 유독 재난에 허약했던 옛적을 생각해서라도 이제는 예방에 만전을 기하자. myungwu@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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