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이 저물어 가고 있다. 당단풍나무는 붉은 색으로 불타고 있고 느티나무마저 노란색으로 짙어지니 은행나무 못지 않게 보기가 좋다. 한가한 틈을 타서 마을 안쪽으로 들어가 보면 쭉쭉 뻗은 금강소나무의 묵은 잎마저 노란색으로 변했고 새로 난 녹색 잎과 붉고 푸른 갖가지 나뭇잎들이 가히 황홀한 그림을 그리고 있다. 나락을 생산할 수 있는 들판이 없는 산골이니 마을 사람들의 농사는 주로 고추, 옥수수, 들깨, 수수 혹은 당귀 정도이고 양 또한 많지 않아 생활은 언제나 고달프다. 대부분의 마을 사람들이 연로해 수확하는데도 항시 손이 딸리고 수확한 농작물도 제 값을 잘 받지 못하는 실정이니 옆에서 보기에 안쓰럽다. 다행스럽게도 올해는 송이버섯이 많이 생산돼 약간의 수익을 올렸다. 송이버섯, 맛과 향이 일품이라 많은 사람들이 좋아하는 버섯인데 최근 몇 년 동안 거의 생산이 되지 않았었다. 대부분이 국유림인 이 곳의 산에서 나는 송이버섯 채취권은 마을 회의를 거쳐 할당됐다. 약간의 권리금을 내고 얻은 채취권으로 그 산에서 나는 송이를 채취하는 것이다. 그런데 갑자기 마을의 인심이 어수선해졌다. 다른 사람이 권리를 가진 산 옆으로 통과하는 일도 삼가게 됐다. 행여 몰래 송이를 채취했을지도 모른다는 불필요한 오해를 불러 올 수도 있으니까. 차라리 송이버섯이 안 나왔으면 하는 말도 한다. 눈앞에 보이는 이익 때문에 몇 안 되는 마을 사람들의 화합이 깨어지고 있으니 하는 말이다. 이제 가을이 저만치 가고 있고 송이버섯의 생산도 끝났지만 흉흉해진 마음들이 원위치를 찾으려면 시간이 걸릴 것이다. 산골짜기에서의 주위 상황들도 안타깝지만 멀리서 들려오는 소식들도 이에 못지 않게 안타깝다. 산업현장에서 열심히 일하는 근로자들이 사고를 당하거나 질병을 얻는 경우가 없어야 하겠지만 그렇지 못하고 오히려 증가추세를 보이고 있으니 안타깝다. 이 뿐만 아니라 이런 문제를 대처하는 방식마저도 구태의연 하니 더욱 안타깝다. 오래 전에 사용됐던 대책들이 새로운 모습으로 포장돼 선을 보인다면 너무 안일한 일이 아닌가? 그 대책들이 효과를 얻었다면 꾸준히 적용됐어야 하지 않은가? 왜 중단됐으며 왜 지금 다시 그 대책을 내세우는지 이해하기 어렵다. 산업재해를 예방하려는 경우 한시적으로 시행하는 대책이어서는 안 된다. 근본적인 문제를 근본적으로 지속적으로 효과적으로 해결하는 방안이어야 한다. 실질적으로 현장에서 발생하는 산업재해를 줄이기 위해서는 위험한 작업조건을 바꾸고 유해한 작업환경을 개선해야 한다. 직접 작업현장으로 가서 문제점을 도출하고 해결될 때까지 지속적으로 감시·감독하는 일을 해야 한다. 사무실이나 회의실, 중역실을 찾기보다는 작업현장을 찾는 일이 우선이다. 그것도 신입직원이나 초급 간부들이 나서는 것보다 경험이 많고 지위가 높은 전문가들이 나서면 더 좋다. 그러나 현실은 그렇지 못하니 안타깝다. 업무협약을 체결하는 일, 결의대회, 인증서 수여, 간담회, 연찬회, 협의회 등등에 너무 많은 시간과 정열을 투입하고 있으니…. 경험이 많고 지위가 높은 전문가들이 작업현장에 직접 들어가서 문제를 해결하는 데 앞장서야 한다. 겉으로는 잘 드러나지 않으면서도 실속이 있는 일을 해야 한다. 남에게 잘 보이기 위한 생색을 내는 사람보다 다른 사람들에게 잘 드러나지 않으면서 묵묵하게 일하는 사람들이 산업재해를 줄일 수 있다는 것은 너무 상식적이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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