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억의 로터리(rotary). 한때 교통흐름을 방해하는 것으로 지적돼 우리 곁에서 사라진 지가 20년이 넘는다. 로터리는 ‘교통이 복잡한 네거리 같은 곳에 교통정리를 위해 원형으로 만들어 놓은 교차로’로 환상교차로(環狀交叉路) 또는 원형 교차로를 일컫는 말이다. 미국식 표기는 ‘traffic circle’, 영국식 표기는 ‘roundabout’이다. 지금은 사라져 그 모습을 찾아보기 어려운 로터리가 우리에게 왠지 낭만적인 느낌을 갖게 하는 것은 아마도 왕년의 히트가요인 ‘돌아가는 삼각지’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올해는 29세 젊은 나이에 요절한 ‘돌아가는 삼각지’의 가수 배호의 40주기가 되는 해이다. 삼각지 로터리는 일반로터리와는 다른 모습이었다. 1967년 1월에 착공해 그해 12월에 준공된 삼각지로타리는 공중에 뜬 거대한 도너츠 모양의 입체교차로였다. 4방향(한강ㆍ서울역ㆍ용산ㆍ이태원) 입체교차시설로는 우리나라 최초의 시설이기도 했다. 연장 1085m, 노폭  7.5~15m의 4차선으로 당시 건설비만 2억3000만원이 투입됐다. 구경삼아 지방에서 올라온 관광버스가 방향감각을 잃어 다른 방향으로 내려갔다거나 시골 노인들이 탄 버스는 한 바퀴를 돌 때마다 1년씩 수명이 연장된다고 해 7회를 돌았다는 일화 등도 전해온다.   1968년 4월 28일자 한국일보는 삼각지 입체교차로 일대를 항공사진으로 찍어 게재하고 ‘거금을 들인 명물 공중 로터리’라고 소개했고 당시 인기가수 배호의 노래와 맞물려 ‘돌아가는 삼각지’는 서울의 명물로 자리매김했었다. 일제강점기에 건설됐던 삼각지로터리가 1967년에 입체교차로로 일대 변신을 하면서 잠시 관광의 대상이 되기도 했었지만 세월 따라 구조물이 노후하고 지하철이 개통되면서 교통 애물단지로 전락해 1994년 11월에 철거되고 말았다. 과거의 이런 저런 로터리들은 지금은 옛 모습을 거의 지니지 않고 있다. 그런데 1990년대까지 존재했다가 교통체증을 유발한다는 등의 이유로 추방됐던 이 로터리가 오히려 사고율을 낮추고 연료 소모량을 줄이는 선진형 교통시스템으로 재평가 받아 새롭게 부활한다는 것이다. 국토해양부에 따르면 향후 새로 도입되는 회전교차로는 설계속도가 시속 70km 이하의 도로에 적용되며 진입 차로수를 기준으로 1차로형, 2차로형으로 구분된다.   삼거리나 네거리와 달라 로터리에는 신호등이 필요 없다. 다만 사고를 막기 위해 회전하고 있는 차량과 로터리에 진입하는 차량에 대해 어느 쪽이 먼저 진행할지 정해두면 된다.   이전에 존재했던 우리나라의 로터리는 진입 차량이 회전 차량보다 우선 진행했고 따라서 규모도 컸다. 하지만 정부는 이번에 로터리를 새로 도입하면서 회전차량이 우선 진행하도록 하고 크기도 작게 설계키로 했다. 제주도의 경우는 이미 교통운영체계 선진화 방안에 따른 교통신호등이 없는 회전교차로 녹색교통 시범도시로 선정돼 교차로 개선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로터리 통행방식의 부활은 상당한 연구와 검토 끝에 결정된 것이겠지만 다만 신호등식 교차로 통행방식과 도로교통법 제26조 등에 의한 신호등 미설치 교차로 통행순위에 익숙해져 있는 우리나라 운전자들에겐 서방선진국 운전자들과 다르게 로터리방식이 낯설고 어색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 문제다. 충분한 사전 교육과 홍보가 선행되지 않으면 안전을 장담할 수 없다. 신호등이 없는 회전교차로에서의 안전과 원활한 소통은 그 무엇보다 ‘양보’가 최우선이다. 특히 빨리빨리 문화에 젖어 있는 우리에겐 양보의 미덕을 발휘하지 않는 한 로터리통행방식 적용이 실패해 정체와 사고를 부를 확률이 높다.   양보(YIELD)와 정지(STOP) 등 표지판과 정지선이 설치되겠지만 얼마나 이를 지켜주느냐가 중요하다. 국토부 관계자는 “우리나라 전체 교차로의 10%를 회전교차로로 전환하면 에너지 절감과 오염물질 배출량 감소 등으로 연간 약 2조439억원을 아낄 수 있을 것으로 추산한다”고 말했다. 잘만 되면 추억의 로터리 부활은 많은 예산의 절감과 함께 교통사고를 감소시키고 안전문화를 정착시키는 일석삼조의 효과를 거둘 수 있다. 이제 우리도 선진안전의 달콤한 과일을 맛볼 날이 머지 않았다. 안전선진을 이뤄야 진짜 선진국이다. myungwu@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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