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무라비(Hammurabi)법전은 기원전 1750년 무렵에 바빌로니아의 함무라비 왕이 제정한 것으로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성문법이다. 바빌론 제1왕조의 제6대 왕 함무라비의 재위기간에 만들어졌으며 현존하는 것 중 가장 완비되고 완전한 바빌로니아 법의 집성물로 꼽힌다. 이 법전에 수록된 함무라비 왕의 판결들은 재임 말기에 수집된 것으로 바빌론신전의 섬록암 비석에 새겨져 있다. 1901년말 프랑스 탐험대가 페르시아의 고도 수사에서 이를 발견했는데 현재 완전한 원형으로 루브르 미술관에 소장돼 있다. 함무라비 법전에는 ‘눈에는 눈, 이에는 이’라고 하는 동해보복법(同害報復法) 탈리오의 법칙(lex talionis)이 적용되는 일면도 있으나 형벌은 가해자의 신분과 범죄의 정황에 따라 달랐다. 그런데 이 함무라비법전 전문 282개의 판결문 중에서 우리는 한 가지 주목할 대목을 찾아 낼 수 있었다. 바로 작업을 잘못했을 때는 작업감독을 처벌하는 규정이다.   우리는 함무라비 법전의 이 작업감독 처벌규정을 산업안전관리의 첫 번째 기록사례로 보는 것이다. 함무라비 시대라면 지금으로부터 근 3800년전이다. 그로부터 얼마나 많은 시간이 흐르고 사회가 발전했는가. 그러나 안전분야의 발전은 정말 느리고 지지부진했다. 경제는 크게 성장하고 물질적 풍요를 누릴수록 어찌된 일인지 우리가 필요로 하는 안전의식은 주변에서 멀어지기만 한 것이다. 백화점과 한강다리가 붕괴되고 아파트가 무너지고 어린이수용시설에 불이나 대형참사를 빚는 등 그야말로 후진국형 안전사고가 잇따라 발생해 우리를 비참하게 만들었다. 고도산업사회에 진입하며 국민생활 주변과 산업현장에서 위험요인이 증가하는데도 우리의 안전의식은 자리를 잡지 못했다. 함무라비법전에는 작업 중 사고가 났을 때 분명히 안전책임을 묻는 장면이 나온다. 탈리오의 법칙의 잔재를 볼 수 있는 시대의 징벌이라면 그것이 가볍게 끝나지는 않았으리라는 짐작이 든다. 지금도 엄중한 안전책임을 묻는다면 사고가 줄어들지 모른다. 하지만 이제는 그 때와 시대가 다르다. 안전은 자율적이며 안전문화가 정착돼야 비로소 안전한 사회를 구현할 수 있다. 안전문화는 어떻게 정의할 수 있을까. 안전문화란 안전을 도모하고 확보하기 위해 안전에 대한 개인적 책임성을 갖고 행위하며 이러한 가치에 대해 지속적인 보상이 주어질 것을 기대하는 것이다. 여기서 지속적인 보장이란 자신이 안전할 뿐만 아니라 사회와 국가가 안전해 삶의 행복을 추구할 수 있는 것을 뜻한다. 안전관리에 대한 개념은 함무라비법전에서 볼 수 있듯이 오랜 예전부터 있었다. 그러나 이것이 지금의 안전관리와는 다르다는 점에 유의할 필요가 있다. 무엇이 다른가. 그것은 이 안전이 작업자의 안전이 아니라 지배자의 안전이라는 것이다. 작업자가 일을 제대로 하지 못하고 사고를 내면 그것은 왕의 안전을 위협하는 것이다. 그러므로 이러한 안전추구는 현대의 안전과 개념이 다르다. 시대를 되돌려 현대로 돌아와 보자. 당당히 세계경제 톱 10에 진입해 있는 한국이지만 안전에 있어서는 누가 뭐래도 아직 안전후진국일 수밖에 없다. 그 이유는 우리의 안전문화가 자리를 잡지 못하고 있는 탓이다. 옛날에는 왕의 안전을 위해 자신의 안전을 바쳐야 했지만 지금은 안전이 우리 모두의 공동의무란 안전의식을 우리 몸에 심어야 한다. 근로자들에 있어서는 산업재해의 책임이 사업장과 감독자에 있다는 생각은 이제 접어야 한다. 근로자는 단지 일하는 사람이라는 입장에서 안전을 챙길 것이 아니라 국민이라는 의식으로 안전을 추구해야 우리들은 비로소 안전후진국에서 벗어나는 전기를 잡을 수 있다. 힘들고 번거롭더라도 우리는 지속적인 범국민적 안전의식 심기에 노력을 집중해야 한다. 안전문화가 정착돼야 산재도 줄 터인데 우리는 아직도 안전을 우리 것으로 인식하지 못하고 있다. 최근 조사된 자료를 보면 안전사회 형성에 가장 취약한 분야로 국민의식 부족과 안전문화의 부재가 1순위로 꼽혔다. 부실공사 및 안전시설의 미흡을 지적하는 경우도 많았지만 60대 이상의 노령층과 전문자유직 종사자 등 경험이 많은 편에서는 안전문화를 강조했다. 안전문화는 이제 새 역사를 쓰게 될 모양이다. myungwu@naver.com

안전신문  webmaster@safetynews.co.kr

<저작권자 © 안전신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