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TV드라마 ‘샐러리맨 초한지’가 인기다. 초한지(楚漢志)를 인용한 현대판 드라마지만 극 중에는 초한지의 극렬한 전략들을 끌어 담아 긴장도를 높였다. ‘달면 삼키고 쓰면 뱉는’ 기업의 구조조정을 신랄하게 묘사하며 대기업의 횡포를 비판한다는 줄거리다. 중·소기업을 집어삼키려는 ‘약육강식’의 논리에 일침을 가하기도 한다. ‘초한지’는 초나라의 항우(項羽)와 한나라의 유방(劉邦)이 대결하는 가운데 유방이 통일국가를 건국해 가는 과정을 그린 중국의 대하소설이다. 진나라의 악정에 견디기 어려워 각지에서 반란이 일어나는데 그 중 쌍웅이라 할 유방과 항우가 패권 대결을 벌인다. 항우와 유방의 싸움은 결국 초나라의 말단 관리로 출발해 한나라의 걸출한 참모가 된 한신에 의해 유방의 쪽으로 기울어지게 된다. 마침내 유방이 천하를 통일하지만 그 후 한신을 비롯한 많은 공신들이 제거된다. 고사성어의 사면초가(四面楚歌)니 토사구팽(兎死狗烹)이니 하는 것도 이 초한의 대결 중에 얘기가 꾸며진다. 사면초가는 ‘사방에서 빗발치는 비난 속에 외톨이가 된 상태’를 비유해 쓰는 말이기도 하지만 유래는 이렇다. 초의 항우가 한의 유방군에 밀려 해하(垓下)에서 포위됐을 때 사방을 에워싼 한나라 군사 속에서 초나라 노랫소리가 들려오자 크게 놀란다. “한나라가 이미 초나라를 점령했다는 말인가, 어째서 초나라 사람이 저편에 많은가” 하고 탄식했다는데 이는 한나라 측에서 꾸며낸 고도의 심리작전이었다. 이 때문에 크게 흔들린 항우와 초나라군은 대패하고 만다. 토사구팽은 ‘사냥하러 가서 토끼를 잡고나면 사냥하던 개는 쓸모가 없게 되니 잡아 먹는다’는 뜻이다. 필요할 때 요긴하게 써 먹다가 일이 끝나면 돌보지 않고 헌신짝처럼 버리는 세정을 비유해 이르는 말인데 초한 전쟁의 일등공신 한신이 역신으로 몰리며 위기에 처하자 자신을 토사구팽에 비유한다. 원래 토사구팽은 춘추전국시대 월나라의 재상이었던 범려가 남긴 말이었다. 범려는 월나라가 오나라를 멸망시키고 패권을 차지하는데 일등의 공을 세운 최측근의 책사였지만 월나라 왕 구천에게 버림받을 것을 예지하고 월나라를 떠나면서 남긴 말이다. 초한지의 한신은 자신이 충성을 바친 유방에게 포박당하자 이렇게 말했다. “과연 사람들의 말과 같도다. 교활한 토끼가 죽고 나면 사냥개도 잡혀 삶아지며 높이 나는 새도 다 잡히고 나면 좋은 활도 광에 들어가며 적국이 타파되면 모신도 망한다. 천하가 평정됐으니 나도 마땅히 팽당함이로다(果若人言 狡兎死良狗烹 飛鳥盡良弓藏 敵國破謀臣亡 天下已定 我固當烹).” 범려의 말을 인용한 것이다. 이 토사구팽이나 사면초가는 다 안전과 관련이 있는 고사성어다. 토사구팽에서의 사냥개는 자신의 역할에 충실했지만 안전에 대해서는 전혀 생각이 없는 상태다. 범려는 자신의 안전을 챙길 줄 알았기에 이 토사구팽의 예를 들며 피신한다. 그러나 한신의 경우는 좀 다르다. 자신의 안전을 챙기지 못한 어리석음에 대해 토사구팽의 예를 들며 후회하는 것이다. 안전은 미리 챙겨야 한다. 안전은 자신의 의식 속에 존재한다. 요즘의 TV드라마 샐러리맨 초한지를 봐도 마찬가지다. 안전에 대한 의식이 있느냐 없느냐에 따라 희비가 엇갈린다. 사람들은 위기에 처했을 때 그 때 확실히 안전을 의식한다. 말하자면 평소엔 안전에 대해 별 생각이 없다는 얘기다. 항우도 사면초가 속에서 위기를 절감하며 안전을 도모하지만 심리전에서 이미 무너지고 만 상태에 이른다. 안전을 미리 챙기지 못한 벌은 참으로 참혹하고 비참한 경우가 많다. 요즘 담배에는 엄청난 경고 문구가 적혀있다. 그럼에도 애연가들은 이를 무시해 버린다. 위험하다고 해도 귀를 기울이지 않는다. 최소한 ‘이것이 내게 어떤 영향을 미칠까’하는 생각은 해봐야 하지 않겠는가. 안전에 대한 무대응은 결국 사고를 빗는다. 그래서 스스로 안전을 챙기지 못하는 사람들을 위해 국가와 사회가 나선다. 그것이 여러 가지 안전시책이다. 하지만 뭐니 뭐니 해도 이러한 안전시책의 효과적 결실을 위해서는 안전의식을 일깨우는 것이 최우선이다. 사람들에게 안전의식이 심어지지 않으면 그 어떤 시책도 기대한 효과를 얻기 힘들기 때문이다. 안전을 챙기지 못한 벌이 얼마나 엄중한가 하는 것을 서로에게 일러줘야 한다. 사면초가 처럼. myungwu@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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