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6년 4월 26일이 무슨 날인가. 올해 26세가 된 어느 누구의 생일날이라고 우긴다면 무책임한 대답이다. 아무래도 이날을 기억하는 사람은 많지 않을 것 같다. 1986년 4월 26일 새벽 1시 24분. 두 차례의 격렬한 폭음과 함께 체르노빌 원자력발전소의 원자로가 붕괴됐다. 그리고 이로부터 다량의 방사선이 누출되기 시작했다. 수많은 사람들이 죽고 방사선 노출로 인해 기형아가 태어나는 등 그 피해는 실로 말로 표현하기 어려울 만큼 엄청났다. 인근 유럽 국가에까지도 대단한 영향을 미쳤다. 이것이 바로 체르노빌 원자력발전소 폭발 방사능 누출사고다. 인간이 만들어 낸 인위적인 재난의 대표적인 사례로 꼽힌다. 이 사고가 난 1986년 국제원자력안전자문단((INSAG)의 보고서에 처음으로 ‘안전문화’라는 용어가 등장했다. 여기서의 안전문화는 안전에 대한 조직과 개인의 자세와 품성이 결집된 것으로 모든 개인의 헌신과 책임을 요구하고 있다. 그러나 우리는 안전문화와 거리가 멀었다. 체르노빌 사고도 말하자면 강 건너 불이었다. 남의 일이었다. 체르노빌로부터 근 10년이 돼갈 무렵 1995년. 이번에는 우리에게 경악할 사건이 터졌다. 삼풍백화점이 폭삭 무너져 내린 것이다. 되돌아 보자면 이때까지만 해도 우리는 안전문화와 남남이었다. 안전문화란 기껏해야 기업의 사회적 이미지 관리나 근로자의 개인 보상 차원에서 형식적으로 쓰이는 용어에 불과했다. 그러던 것이 1995년 6월 9일 삼풍백화점 붕괴 참사가 발생하면서 안전에 대한 국민의 관심이 고조되고 나아가 안전문화에 대한 정부 주도의 접근이 시도됐다. 그해 10월 국무총리실에 안전관리자문위원회가 설치되고 국내 처음으로 안전문화를 정의하게 됐다. 우리의 안전문화는 이렇게 늑장을 부리며 우리 곁으로 다가왔다. 왜 안전문화가 필요한 것인가. 그것은 우리가 안전하기 위해서다. 우리가 안전하고 행복하려면 안전문화가 정착돼야 한다는 것을 이제는 아무도 부인하지 않는다. 지금 국가차원에서 계도하는 새로운 안전문화의 개념은 이렇다. 안전문화는 안전을 실천하는 의식, 안전을 유도하는 제도, 안전을 가능하게 하는 인프라가 결합해 만들어 내는 사회적·문화적 산물이라는 것이다. 우리는 항시 안전의식을 지녀야 한다. 안전제일의 가치관이 생활 속에 체질화돼야 하는데 실제로는 그 반대다. 우리는 안전을 의식하기는커녕 안전불감증 상태일 때가 더 많다. 아직 우리의 안전문화가 성숙하지 못한 탓이다. 삼풍백화점 붕괴란 큰 사고가 있기 전 1990년대 초에 기업 차원의 재해예방을 위한 ‘무재해 천만명 서명운동’이 전개됐었다. 작으나마 국민안전문화 의식을 촉진시키는 계기 조성에 일조하는 움직임이었다. 1995년 2월 7일 부산 한진중공업 선박화재사고가 나자 국무회의는 ‘범국민안전문화운동’을 전개키로 의결했다. 그러나 대답은 무참하게 삼풍사고로 되돌아왔다. 안전문화의 뿌리를 내리는 작업이 결코 쉽지 않다는 것을 아주 씁쓸하게 실감할 수밖에 없었다. 노동부가 안전문화추진위원회를 구성하고 산업안전보건공단에 추진본부를 설치한 것은 삼풍사고가 난 바로 뒤였다. 그 이듬해 1996년 4월부터는 매월 4일을 ‘안전점검의 날’로 지정해 지금까지 범국민적인 안전문화활동을 리드하고 있다. 우리의 안전문화는 이렇게 보일 듯이 보일 듯이 아주 서서히 자리잡아가고 있다. 셰익스피어의 ‘햄릿’에 이런 대사가 나온다. “큰 고통은 작은 고통을 위로한다”고. 큰 고통은 사람들에게 교훈을 준다. 그리하여 이런 저런 예방조치를 강구하지만 사람들은 또 쉽게 잊어버리는 속성을 갖고 있다. 안전문화의 정착은 지속적인 안전의식의 유지를 요구한다. 그리하여 정부 차원에서 지속적으로 안전문화운동을 전개하고 있다. 하늘을 나는 비행기는 종착점이 있다. 그렇지 않고 하늘에만 떠있으려면 결국 추락하고 만다. 비행기가 체공하는 동안에는 모든 기계가 완전하게 안전을 유지하며 기장의 신호와 일체를 형성함으로써 순항한다. 그리하여 목적지에 도달할 수 있다. 사람의 안전도 마찬가지다. 모든 사람이 안전을 위해 협동하고 국가와 사회가 개인의 안전을 돌보는 것이 안전문화의 순항이며 이로써 종착점에 안착하게 된다.   여기서 안전의 일례로 산업재해 감소란 자료를 놓고 우리의 안전보건문화수준을 따져 본다면 이제 겨우 도약기에 들어서고 있다고 말할 수 있다. 그간 안전문화 확산 활동의 선봉에 서고 있는 안전보건공단이 그간의 상황발표와 함께 종합평가를 내놓을 것이라는데 이런 것들을 통해서도 우리 안전의 현 위치를 어느 정도는 가늠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안전 선진국으로 가는 길이 여간 험난하지 않다. 그러나 종착점도 멀지는 않다. 안전문화 확산의 일역을 맡아 그 종착점으로 향하는 길을 열고 있는 안전보건공단에 유난히 시선이 쏠린다. myungwu@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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