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사성어(故事成語)라는 것은 글자가 말해주는 그대로 옛 중국 고사에서 비롯된 성어다. 대개 4자로 돼 있다. 그래서 고사성어와 4자성어를 같은 것으로 아는 이들도 많다. 그러나 우리가 즐겨 쓰는 것들 중에는 중국고사 말고도 신화·전설·역사·고전·문학작품 등에서 유래한 것들도 있고 그냥 4자로 말을 만든 단순 4자성어도 많다. 이러한 성어는 교훈이나 경구 비유어로, 또 관용구나 속담으로 쓰이며 글이나 말의 표현을 풍부하게 꾸며주는 역할을 한다. 중국에서 발생한 고사성어는 으레 4자성어인 듯싶지만 우리가 예사롭게 쓰는 완벽(完璧)이니 도둑을 일컫는 녹림(綠林)이니 하는 두 글자짜리도  고사성어요, 흔히 쓰는 등용문(登龍門), 미망인(未亡人)과 같은 3자성어도 있는가 하면 아예 8자, 9자로 된 긴 성어구도 있다. 앞서 말한 녹림은 후한 말 나라 잃은 왕망(王匡) 등이 녹림산에 들어가 관군에 대항하면서 도적으로 살았던 고사에서 비롯된 것으로 ‘도둑의 소굴’을 빗대는 말이다. 또 고사성어라면 중국을 머리에 떠올리겠지만 한국에서 발생한 고사성어도 있다.   ‘삼국유사’와 ‘삼국사기’ 같은 역사서나 ‘춘향전’, ‘구운몽’과 같은 구소설, ‘순오지’와 같은 속담집 등이 그 원본 출처가 된 것으로 오비이락(烏飛梨落), 적반하장(賊反荷杖), 초록동색(草綠同色), 함흥차사(咸興差使), 홍익인간(弘益人間) 같은 것들이 우리에게서 생겨났다.   우리가 쓰고 있는 중국 고사성어는 대략 300여개가 되는데 이 중에서 특히 요즘 세태와 관련이 있을 듯한 것들도 있다. 지금은 낭만의 휴가철이지만 우리 곁엔 일망타진(一網打盡)해야 할 범죄자들이 우글거리고 철면피(鐵面皮)한 정치인, 악덕 기업주들이 국민 앞에서 방약무인(傍若無人)하다. 세월호 참사에 이어 유언비어(流言蜚語)가 창궐하니 또 무슨 청천벽력(靑天霹靂)같은 뉴스가 터져 나올지 모르겠다. 사실 세월호 참사 이전에도 대형사고는 많았다. 광복 이후 100명 이상의 가장 많은 사망자를 낸 10대 대형사고를 나열해 보면 그 첫째가 1995년 6월 29일에 발생한 삼풍백화점 붕괴사고다. 501명 사망, 6명 실종, 937명의 부상자를 냈다. 그리고 그 두세번째가 1970년 남영호 침몰(326명 사망)과 1953년의 창경호 침몰(300여명 사망)이다. 아직도 구조작업이 계속되고 있는 이번 세월호 참사는 사망 294명 실종 10명으로 남영호, 창경호 침몰사고의 뒤를 잇는다. 1993년의 서해훼리호 침몰사고도 292명이 사망했다. 인명피해가 큰 사고는 그 유형에서 보듯이 붕괴와 침몰, 화재와 폭발 그리고 항공기 추락으로 압축된다. 한순간에 500명 넘게 사망한 삼풍백화점 붕괴는 ‘6·25전쟁 이후 최악의 재난’이었다. 바로 앞서 성수대교 붕괴와 대구 상인동 가스폭발의 충격이 채 가시기 전의 일이었기에 더 경악할 수밖에 없었다. 흔히 삼풍백화점을 한국의 ‘빨리빨리’ 문화가 낳은 참극으로 인식하는 경향이 있지만 삼풍백화점 붕괴는 극악한 건설비리가 낳은 최악의 사태였다. 하지만 이번 세월호 침몰은 역대 대형사고 중에서도 가장 비극적인 것이며 가슴아픈 참사였다. 충분히 막을 수 있는 사고였다. 그 어떤 실수나 고의보다도 용서할 수 없는 사람이 사람을 사망케 한 극악의 전형적인 사고로 기록에 남게 됐다. 세월호 후에도 크고 작은 사고들이 잇따랐다. 그냥 지나칠 일이 아니다. 지금은 모두들 안전을 외치며 안전불감증을 퇴치하자고 한다. 하지만 성과가 있을까. 안전에 대해서는 회의적인 사람이 많다. 위험의 징조가 연속해서 드러나면 이럴 때 미리 준비한대로 합당한 대처를 해야 하는데 말들만 무성하다. 이번에도 이러다 큰 일 나는 게 아닌가 모르겠다.   많은 국민들이 1993~1997년 김영삼 정부 시대를 대형사고가 유독 많았던 시기로 기억된다. 성수대교 붕괴, 충주호 여객선 화재, 해남 아시아나 민항기 추락 등 많은 사건들이 이 시기에 터졌다. 구포역 열차전복 사고는 YS 취임 1달만에 발생한 대형사고로, 이상하리만치 대형사고들이 연결고리를 만드는 듯 했다. 그런데 요즘도 그렇다. 세월호 참사로 온 나라가 안전비상에 걸려 있음에도 사고연발이니 정말 그 위력 앞에 무릎을 꿇어야 하나 하는 회의가 생길 지경이다. 그러나 이젠 수습국면으로 전환해 이제부터라도 안전한 나라를 만들어야 한다. ‘내게 불가능이 없다’고 한 나폴레옹의 말엔 허풍이 끼어 있다. 그러나 사고를 막는 데 있어서만은 진정 불가능이 있어서는 안 된다. 다만 어려울 뿐이다. 이제부터라도 국가안전시스템의 혁신을 매듭짓고 국민안전의식 정착에 힘을 쏟아야 한다. 정작 안전시스템을 혁신해야 할 국회와 정부부터 깨어나야 한다. 이들이 입에 발린 안전만을 외칠 때 또 큰 사고가 덤벼들 수 있다. 지금 정신들 바짝 차려야 한다. 안전시스템 혁신, 뜸들일 때가 아니다. myungwu@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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