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우리들은 불안하다. 세월호 참사 이후 한국사회가 안전하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넷 중 하나 정도다. 안전행정부가 ‘4대악 국민안전체감도 조사’를 해봤더니 이렇다는 것이다. 이번 조사 결과 ‘우리 사회가 안전하다’는 응답은 ‘매우’와 ‘어느 정도’를 합쳐 23.9%가 나왔는데 이는 지난해 하반기의 28.5%와 비교해 4.6%P가 감소한 것이다. 반면 같은 기간 안전하지 않다는 답은 29.5%에서 39.0%로 크게 증가했다. ‘안전하다’는 응답은 세월호 참사가 터지기 직전인 올 2월과 3월에만 해도 각각 32.3%와 32.6%로 나타났으나 세월호 참사가 난 4월엔 18.5%, 5월엔 세월호 참사 직전의 절반에 불과한 16.0%로 추락했다. 안전하지 않다는 응답은 4월 47.7%, 5월 54.0%에 달했다. 정부가 중점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4대악 근절대책의 효과에 대해서도 불신의견이 조금 높아졌다. 성ㆍ가정ㆍ학교폭력의 정부대책이 효과가 있다는 답은 작년보다 1.3∼2.9%P 하락한 47.3∼49.5%로 응답자의 절반을 밑돌았다. 전반적인 사회안전 체감도가 떨어진 것과 달리 4대악 중 성폭력과 학교폭력분야의 불안한 정도는 소폭 하락했다. 성폭력에 대한 불안감(안전하지 않다)은 49.0%에서 45.0%로, 학교폭력에 대한 불안감은 60.5%에서 54.9%로 각각 낮아졌다. 반면 가정폭력의 경우 안전하지 않다는 응답이 14.5%에서 17.0%로 높아졌다. 4대악 국민안전체감도조사는 박근혜 정부의 4대악 근절대책에 대해 국민이 느끼는 성과를 모니터하기 위해 작년 7월 시작됐다. 결과는 6개월마다 공개되고 있다. 세월호 참사 이후 국민들의 안전욕구가 급격히 상승했지만 마땅한 대책이 없는데 대한 국민불안이 가중되고 있는 모습을 통계가 그대로 보여주는 셈이다. 안전에 대한 국민의 눈높이가 확연하게 달라져 있다. 그렇다면 세월호 이후 한국사회는 무엇이 어떻게 달라져야 할 것인가. 새로운 대한민국으로 탈바꿈해야 한다며 새로 발족한 ‘생명을 살리는 안전사회포럼’이 지난달 세월호 특별법과 정부조직법 개정 등과 관련해 개최한 토론회가 주목을 끌었다. 지금의 국가위기를 어떻게 극복하고 생명을 살리는 위기관리시스템을 어떻게 구축할 것인가 하는데 대한 진지한 물음이 제시됐기 때문이다. 생명보다 더 소중한 것은 없다. 과연 우리는 생명과 안전의 의미가 무엇인지, 우리의 생명과 안전을 위협하는 근본적 문제에 대한 해결책이 무엇인지 이제부터라도 그 답을 찾아야 한다. 생명안전포럼의 첫 포럼에서 연세대 사회학과 김호기 교수는 세월호 참사의 원인을 제도와 윤리의 이중침몰이라고 분석했다. 우리 사회가 나아가야 할 방향으로 김 교수는 욕망의 사회를 벗어나 ‘사람의 사회’로 나아갈 것을 제안하는 동시에 민주적 거버넌스와 지속가능한 세계화를 주장했다. 한편 최열 환경재단 대표는 미국과 일본이 9·11 테러와 3·11 후쿠시마 원전사고 이후 변화를 맞이했듯이 한국사회도 올해 4월 16일 이전과 이후로 나눠 새롭게 사회를 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세월호 참사를 계기로 관료의 무능력과 무책임, 부패의 고리가 드러나면서 국가의 신뢰까지 위기에 노출되고 있는 것이 지금의 현실이다. 현재의 위기상황을 더 방치하면 세월호가 균형을 잃고 침몰하듯이 국가도 기울 수 있다는 경고가 나올 만하다. 지금 국민들이 걱정하고 있는 것은 국민의 안전과 생명이 정치의 볼모로 잡히는 것이다. 정치 때문에 안전과 생명이 표류하는 중이기 때문이다. 정치는 국민을 살려야 하는데 생명에 대한 존중이 실종된 상태라는 것을 인정해야 한다. 여기서 우리는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 19일 국무회의에서 “안전을 소홀히 해 국가나 사회에 커다란 피해를 야기했을 때 엄중한 책임을 묻고 다시는 발을 들이지 못하도록 법 제도를 구축할 필요가 있다”며 “공적 감시망과 국민신고시스템을 확충하고 정보기술(IT)을 이용한 자동모니터링 시스템을 복합적으로 구축하는 방안을 찾기 바란다”고 한 말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이어 박 대통령은 “국민안전을 획기적으로 개선하는 안전혁신과 더불어 오랜 기간 쌓이고 방치된 잘못된 관행과 부패를 척결해 국가 재도약의 토대를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현재 국회에 계류 중인 정부조직법 개정안 등 안전관련 법안의 조속 통과도 요청했다. 박 대통령은 “정부조직 개편안의 지연으로 안전관련 업무 공백이 길어지고 있다”며 “하루 빨리 국가안전처 신설과 소방방재청, 해경의 업무가 강화된 정부조직법 개정안을 국회에서 통과시켜 국민이 안전한 생활을 할 수 있도록 해달라”고 했다. 안전한 나라를 만들기 위해서는 국민들이 바른 소리를 내야 한다. 국회가 무능해 국민안전이 위협을 받는다면 이 또한 국민의 따끔한 소리가 약이 될 것이다. 그 어느 누구도 안전을 가지고 놀아서는 안된다. 생명이 안전 앞에 나오는 이유는 지금 우리의 안전이 심각하게 위협을 받고 있기 때문이다. myungwu@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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