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전사각지대는 곳곳에 도사리고 있다. 그러나 최근 들어 더 잦아진 연예인 교통사고는 이제 안전사각지대의 사건으로 치부하기엔 적합지 않다. 그 원인이 분명하기 때문이다. 지난 3일 아이돌 걸그룹 레이디스코드가  대구 스케줄 소화 후 귀경하던 중 새벽 1시 30분께 영동고속도로 수원 IC지점에서 이동차량이 가드레일을 들이받는 사고를 일으켰다. 이 사고로 멤버 중 은비와 리세가 연이어 세상을 떠나 팬들의 가슴을 아프게 했다. 얼굴 골절상을 입은 멤버 소정은 접합수술을 마치고 회복 중이고 또 다른 멤버 애슐리와 주니는 경상을 입고 치료에 전념하고 있으나 현재 큰 충격에 정신적으로 힘든 상황이라 한다. 특히 아이돌그룹의 위험천만한 교통사고는 레이디스코드뿐이 아니다. 이들 이동차량이 새벽 스케줄 도중 빈번하게 교통사고를 일으키는 것은 이미 잘 알려진 일이다. 레이디스코드와 같은 걸그룹인 나인뮤지스, 베스티, 미쓰에이, 원더걸스, 포미닛 등도 앞서 비슷한 교통사고를 당했으나 겨우 아찔한 상황을 모면하기도 했다. 지난 5월에는 걸그룹 달샤벳이 행사 후 서울로 돌아오던 중 차량이 중앙분리대를 들이받아 전복되는 사고를 당했다. 이 때문에 멤버 수빈이 갈비뼈 골절상을 입었고 지난 2012년에는 걸그룹 시크릿의 차량이 빙판길에 미끄러져 전복되는 상황이 발생했다. 이때도 멤버 정하나가 갈비뼈 골절을 당해 활동을 중단하는 사태가 발생하기도 했다. 이밖에도 2004년 보컬그룹 원티드가 이동 중 교통사고를 당해 멤버 서재호가 사망했던 사건이 있고 2007년 개그우먼 그룹 미녀삼총사의 김형은도 스케줄 이동 중 교통사고로 사망한 것을 팬들은 기억한다. 이렇듯 유독 연예인들의 이동 중 교통사고가 빈번하게 발생하는 까닭은 무엇일까. 이유는 뻔하다. 바로 안전불감증이다. 생명보다 돈이 먼저이기 때문이다. 서울과 지방을 오가는 여러 스케줄을 제한된 시간에 소화하려다 보면 새벽 피로운전과 과속이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촉박한 일정 탓에 이동시간을 최대한 줄이려다 보니 사고가 안날 수 없을 것이다. 대부분의 연예인들이 이렇듯 긴박하게 움직이는 스케줄을 소화하면서 교통사고에 대한 공포를 느낄 만하건만 당사자들조차 안전불감증의 매너리즘에 빠진 것으로 보인다.   무리한 스케줄이 사고로 이어지는 것이 불을 보듯 뻔한데도 투자금 회수를 위한 무리한 진행은 계속되고 있으며 이를 개선하려는 움직임은 전혀 감지할 수 없다. 연예인들만 희생을 당해야 하는 것일까. 이들은 오직 인기와 이름을 얻겠다는 욕망에 휘말려 죽음의 위험을 감수하고 있다면 이런 질곡에서 이들을 구출하는 것이 당연하다. 레이디스코드 사고 이후 그나마 대중문화 전반에 안전점검 바람이 불고 있는 것은 다행이다. 은비와 리세가 세상을 떠나는 충격적인 사건의 후폭풍이다. 몇몇 기획사는 자동차 점검, 타이어 교체 등 정비에 나섰고 어떤 기획사는 이 기회에 오래된 차량을 바꿀 계획을 세워놓고 있다고 한다. 그러나 이 또한 일시적 휩쓸림에 불과할 것이라는 게 주위의 평가다. 연예인들이 그룹으로 탑승하는 승합차로는 대형밴을 선호하고 있는데 차체 무게 중심이 높아 고속주행시 전복사고의 위험이 높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아이돌그룹 같은 단체연예인은 직업적 특성상 이동거리가 길고 대기시간이 많아서 대형밴을 많이 이용하는데 이 때문에 사고가 났다 하면 다수의 손상을 면키 어렵다. 목적이 안전을 가로막는 결과가 생길 수밖에 없는 이유다.   그렇다면 이같이 연예인들이 위험지대에 근접해 있는데도 그냥 내버려 둬야만 하는 것일까. 지금쯤은 근원적인 문제를 해결하는 대책을 내놔야 하는 것이 아닐까. 잘 살펴보면 이들 연예인들은 하루 20시간 가까운 중노동을 하는 것으로 보인다. 고된 연습을 거쳐 무대에 오를 땐 지방과 지방, 지방과 서울공연을 위해 고속이동의 위험을 무릅쓰는 비정상의 생활을 지속하고 있다. 겉으로는 화려하지만 스케줄에 맞춰 휴식은 커녕 잠도 제대로 자지 못할 경우도 있다. 함께 활동하는 스텝들도 마찬가지다.   비정상의 정상화가 이뤄져야 할 부분이 바로 이곳이라 해도 좋다. 화려한 조명 뒤안길의 안전불감지대를 양지로 이끌어 내야 한다. myungwu@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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